휴가 전야제에 읽은 스위트 히어애프터 schönen worte




임시공휴일이 아몰랑? 이렇게 뜬금없이 정해지니 국민들도 당황스럽다만 어쨌든 나는 원래 내일 연차 휴가를 올려놨었다. 속도 내며 즐겁게 드라이빙 하려고 했는데 덕분에 엄청난 막힘이 예상된다. 어쩔 수 없지. 새로 산 CD나 줄기차게 들으며 친구와 주전부리나 까야겠다. 회사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버틸만 하며 나름 즐겁게 다니고 있지만... 역시나 직장 안에 들어오게 되니 날짜를 하루 빼서 어디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나가는 것이 상당히 황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근 몇 주간 제천에서 음악 듣고 영화 볼 낙으로 버텨왔다. 드디어 즐거운 목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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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더라, 대딩 초반기 시절이었나, 일본 소설들이 아주 붐이어서 말그대로 쏟아져나왔다. 그 당시 내가 관심 있어 했던 작가는 에쿠니 가오리였고, '하느님의 보트'라는 작품을 빼곤 다 읽었던 기억이 난다. (왜 저것이 제외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음) 제일 좋게 읽었던 것은 역시 '반짝 반짝 빛나는'이었다. 음...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런지... 여주인공의 무미건조하고 흐물거리는 정신 세계에 대한, 그리고 남편의 애인을 은표범이었나?로 묘사하던 부분들이 신선했고 이미지로 확연히 와 닿았다. 아무쪼록 이야기가 샜는데, 난 그 당시 양대 탑으로 인기가 많았던 여류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또한 몇 번이나 시도를 했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이상하게도 안 끌리는 것이다. 끝까지 읽기가 힘들었다. 억지로 읽고 나서도 이게 뭔 느낌인지 잘 와닿지 않고. 

그러던 와중 오늘 간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신작 '스위트 히어애프터'를 쭉 읽고 나보니, 어! 이거 좋으네. 일단 표지부터. 좋아하는 디자인 그룹 Zero per Zero의 작업이기도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점진적으로 꿈틀대는 뭔가가 있었다. 생명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의지와 에너지랄까. 지인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일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영화로 나와도 좋을 듯 하다. 이 책에 관련된 작가의 후기가 또한 인상적이지만 그것은 만에 하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하고. 책을 읽다가 눈에 띄는 부분은 메모를 해 놓는 습관이 있는데, 다 읽고 나서 확인해보니 이럴수가 10군데를 적어놨다. 다 좋지만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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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인간이 살아 있음은 한없는 자비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 같다. 걷다가 개미를 꾹 밟는다. 그 정도 확률로 사람이 죽는다.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두부의 고소함을 음미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굉장한 것이 허락되어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는 시간 밖에는 없지만, 이 얼마나 풍요로운가.

그렇게 생각했다.

"커피, 끓일까요?" 오자키씨가 물었다.

"좋지, 진하게 부탁할게"


p.132 ~ 133 <스위트 히어애프터>,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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