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 베를린 천사의 시 daily_m




오늘 요가 수업 시작 전, 몸을 이완시키려고 누워있는데 마침 Sarah McLachlan의 Angel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문득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이 노래를 처음 듣고 푹 빠져 수백번을 리핏했던 기억부터. Angel이 O.S.T로 삽입된 영화는 헐리웃 영화 '시티 오브 엔젤' - 그 당시 상큼하셨던 맥 라이언과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이었던 - 이었는데, 이 영화의 원작은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1987년작)'이다. 서독 시절에 만들어졌고 거의 대부분이 흑백에,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기는 꽤 긴 호흡의 영화지만, 매 순간 긴장하고 감탄하며 보았던 게 생각난다. 한 씬 한 씬을 곱씹으며 왠지 끝나지 않길 바랬던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영화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영화가 제일 베스트였나요?'라던 물음에 베를린 천사의 시 - 라고 대답했던 것도 생각났다.

쥐었다 폈다하면서도 전반적으로 평온한 사라 맥라클란의 목소리도 아름답지만, 멜로디 하나 하나가 좋았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천사의 속삭임 같은 가사도 좋았다. 다미엘이 마리온을 위로해가는 과정, 그녀를 위해 지상에 발 내딛고 흑백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변하던 순간, 호메로스의 이야기 등등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그 영화의 장면들이 좋았다.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었고 하늘은 마냥 밝진 않았던 날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근처의 숲길을 산책하며 가슴에 베인 여운을 계속해서 느껴보았던 작년의 기억. KOFA에서 영화를 보고 나올 때마다 미묘한 기억의 줄기 하나가 생겨나는데, 이게 쉬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말이 많이 샜다. 열심히 요가를 하고 후끈 데펴진 몸에서 깊은 숨을 내몰아 쉬며 릴렉스를 하던 마지막 타이밍에도 선생님은 다시 한번 Angel을 틀어주셨다. 선생님은 요가 수업이 끝나기 전 마지막 릴렉싱에서 큰 숨을 쏟아내며 '하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내보라고 하신다. 수업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하아아아아아아아'하며 몸에 스며들어있던 스트레스와 근심을 뿜어낸다. 이 소리들을 어디선가 듣고 있을까? 각자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수호천사들이...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있는 다미엘도?










덧글

  • kiekie 2015/12/16 02:50 # 답글

    아, 저도 사라 맥라클란 좋아하는데. 보통 가수 사라라고 하면 사라 브라이트만을 많이 언급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전 맥라클란의 저 자연스러운 무대매너와 여상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좋더군요:-)
  • 초코볼 2015/12/16 10:58 #

    사라 브라이트만의 아우라가 워낙 방대해서 그런거 같아요. 전 둘 다 매력있어서 좋아하지만, 역시 자연스럽고 편안한 건 사라 맥라클란이 훨씬!!! :) 저 라이브 너무 좋지 않나요?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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