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의 산책 daily_m




어제 심야에 남긴 글을 보고 든 생각은, 역시 해가 저물면 생각이 너무 풍성해지고 감수성 돋는다는 것. 내가 좀 남들보다 더 뻗어나가는 가지의 갯수도 많고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까지도 애써 시뮬레이션 하면 피곤해진다. 머리와 마음을 고요히 비워내보라던 사람들의 조언을 다시금 새긴다. 


<침묵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겉표지가 양장본으로 깔끔하게 디자인 되어 있는데, 단지 이것만 봐도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고요함, 정적과 다스림을 체화하는 데 좀 더 내공이 깊어졌으면. 


비가 온 뒤의 산책로. 약간은 어두운 하늘 때문에 나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호수 주변의 트랙을 둘러싼 연둣빛 이파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에 동요되어 찬찬히 마음이 가라앉았다.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도 적당했다. 잔디와 나무 사이로 베레모를 눌러쓴 어르신이 오래도록 호수를 바라보고 서 계셨다. 물 표면은 잔잔하기 이를 데 없었고 까치 몇 마리들은 뭐가 그리 맛있는지 인기척에 놀라지도 않고 잔디 위를 바쁘게 걸어다니며 부리를 놀렸다. 오늘의 산책은 평소보다 좀 더 평온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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