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bussy : Estampes (by Sviatoslav Richter) musikfreunde




이 곡은 들어도 들어도 좋다.

가장 좋아하는 마에스트로 리히터의 연주로... 힘차고 아름답다.



어제도 이 곡을 듣다가, 우연히 보게 된 아래 장소의 이미지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는 자연 속에서 들으면 더 좋을텐데. 

현실은 에어컨 바람 나오는 회사 사무실 ... (_-_)



(Lake O'hara in British Colombia, Canada)





Claude Debussy, "Estampes"

Pagodes 0:00
La soirée dans Grenade 5:55
Jardins sous la pluie 11:01

Sviatoslav Richter
Live recording, @ Salzburg, 26.VIII.1977


*

Debussy (1862-1918) Estampes (Printing, 판화) 1903년 작



1889년 드뷔시는, 바스티유 함락 100주년 기념으로 파리에서 대규모로 열린 "만국박람회 (Exposition Universelle)"에서, 인도네시아의 민속음악인 가멜란 (Javanese Gamelan)을 난생 처음 듣고 머릿속이 뒤집어지는 충격을 받습니다.


이는 20세기 음악사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존의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고 있던 이 천재 작곡가에게 처음으로 들어본 이국적인 음악, 그것도 주로 타악기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음색의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의 서막이었고, 그로부터 새 가능성을 실험하고 또 실현함으로써 다른 작곡가들에게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그의 음악에 동양적 색채가 빈번히 등장함은 물론, 화성도 곡 전체의 구조를 만드는 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적 색깔(timbre)의 표현"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게 됩니다.


3개의 짧은 악장들로 구성되어있는 “판화”는 메인타이틀도 그렇지만, 각 3곡의 타이틀 역시 Pagodes (탑), Soirée dans Grenade (그라나다의 저녁), Jardins sous la pluie (비오는 정원)으로 다분히 시각적이고, 공간과 분위기에 대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곡인 "탑"은 우리를 동양의 어느 조용한 정원, 혹은 사찰로 인도합니다. 동양의 소리와 모습이 19세기 말에, 동양의 소리와 미술작품들을 처음으로 접해본 프랑스인 작곡가의 감각에 투영되어 재탄생한 동양이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선입견이 배제되어서인지 우리가 아는 동양보다 어찌 보면 더 동양적입니다.


여러분들, 음악시간에 한두 번쯤은  “궁, 상, 각, 치, 우”라는 우리나라 전통 오음 음계 이름을 들어 보셨겠지요? 서양음악의 장, 단음계는 7음 음계인 반면에 동양음악은 5개의 음으로 된 음계 (Pentatonic Scale)를 바탕으로 합니다. 드뷔시는 "탑"에서 B음으로 시작되는 오음음계를 바탕으로 마치 가멜란 음악처럼 음의 높낮이(pitch)를 가지고 있는 타악기 합주를 묘사하기도 하고, 공(Gong)과 종소리, 풍경소리 등의 다양한 색깔을 가진 소리들로 동양의 정원을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그라나다의 저녁"은 이국의 음악과 풍경을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드뷔시의 재능이 돋보이는 또 하나의 곡입니다. 동양의 정원에서 탑을 바라보며 풍경소리를 듣고 있던 우리는 이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카페로 공간이동을 하여,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는 무희와, 그 뒤로 느릿느릿 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봅니다. 하바네라는 스페인의 민속리듬인데,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대표적인 아리아인 "하바네라"로 이미 유명한 리듬이기 때문에 들으면 아마도 친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이 리듬이 곡 전체에 흐르면서 정적인 저녁의 무드와, 캐스터네츠를 손에 들고 춤을 추는 아름다운 스페인의 무희와 기타소리의 동적인 무드가 교차됩니다. 다른 문화권의 음악적 특징을 표현함에 있어서 "탑"에서는 음계를, "그라나다의 저녁" 에서는 리듬을 메인 캐릭터로 사용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마지막 곡인 "비오는 정원"은 드뷔시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 Jacques Emile Blanche (1861-1942)의 노트에서 inspiration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Blanche가 드뷔시의 얼굴을  스케치하기 시작할 때 마침 드뷔시가 앉아있는 뒤쪽 정원에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의 얼굴이 나무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반사되는 초록빛으로 물든 듯이 보였답니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청각이 유난히 발달했기 때문에, 소리에는 극도로 예민해도 시각은 그보다 덜 예민한 경우가 많은데, 화가는 시각이 유난히 예민하니 그 날카로운 눈에는 보통 사람들은 못 보는 것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빗방울에 반사되는 초록빛으로 물든 얼굴색까지도 감지하다니. 드뷔시는 두 개의 프랑스 folk 멜로디 "Do do l'enfant do"와 "Nous n'irions pluis au bois"를 차용하여, 장조로, 단조로 한번은 Whole-Tone Scale로 번갈아가며 소개하는 한편, 배경으로는 여기저기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와 빛에 반사된 반짝이는 물방울들을 피아노의 빠르고 가벼운 텍스쳐와 아르페지오 패시지 등으로 표현합니다.


출처 : http://acropoli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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